실물은 그렇지 않지만 이름만 들으면 ‘눈이 툭 튀어나온(pop eye)’ 사람. 시금치 통조림만 먹으면 힘이 불끈 솟는 사람. 자신도 자기 이름이 좀 이상하다는 걸 아는 사람. 바로 뽀빠이입니다. 영어 이름은 ‘팝아이(Popeye)’죠.
너무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뽀빠이는 1919년부터 미국 킹 피쳐스 신디케이트라는 만화출판사에서 연재하기 시작한 만화였습니다. 그 후 영화와 에니메이션으로 제작됐고, TV에 방영되면서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뽀빠이 아저씨는 시금치 통조림만 먹으면 말투가 달라지고, 보디빌딩 용어로 ‘전완근’, 일명 ‘팔뚝’에 왕고구마만한 초대형 근육이 불뚝 솟아나 천하무적이 됩니다. 시금치에 정말 그런 힘을 내는 성분이 들어있을까요?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없는지는 딱히 알지 못한 채 사람들은 그 때부터 시금치를 건강에 아주 좋은 식재료로 당연시하게 됐다는 데는 달리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뽀빠이 아저씨가 시금치 통조림을 먹으면 어마무시한 힘이 생긴다는 설정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 만화가 태어나기 50년 전인 18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에리히 폰 볼프라는 독일의 화학자가 여러 채소들과 함께 시금치에 들어있는 철분을 분석했는데요. 시험 결과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철분 함량을 적으면서 실수로 소수점을 한 자리 뒤로 밀어 찍게 된 것입니다. 시금치 100g에서 실제로 측정된 철분 함량은 3.5mg이었는데, 소수점을 잘못 찍어 35mg이 된 것이죠. 만일 100g의 시금치에 철분이 진짜로 35mg 들어 있다면 그건 시금치 샐러드 한 접시를 먹으면 쇠로 된 종이 클립 하나를 먹은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철분 함량이 잘못 표기된 채로 인쇄되자 시금치의 영양가는 전설이 되었습니다. 뽀빠이 만화가 만들어질 때도 작가가 뭐 좀 괜찮은 식품이 없나 찾아보던 중에 영양 정보가 실린 서적을 보게 됐는데요. “우와, 시금치에 철분이 엄청 들어 있군!” 하면서 강철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시금치를 선택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만화 덕분에 당시 미국에서 시금치 판매고는 하늘을 찔렀다는 말도 있습니다. (*실제로는 33% 정도 상승)
자, 이제 진짜 시금치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요? 이건 터무니없는 실수로 소수점을 잘못 찍어 뻥튀기 전설이 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니 잘 들어보세요.
미국에서 위장병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사라 로빈스 박사는 장 건강과 시금치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장 건강에 뭐가 좋냐구요? 두말할 것 없이 시금치죠. 동네 마트나 시장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가 진한 녹색 잎에는 장 건강 뿐만 아니라 몸 전체의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는 섬유질과 다른 영양소들이 풍부하게 들어있거든요.”
‘웰 선데이(Well Sunday)’라는 웹 플랫폼으로 사람들의 장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로빈스 박사의 시금치 예찬론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섬유질은 위장 등 소화기 계통을 계속 움직이게 하고 규칙적인 배변을 촉진하기 때문에 장 건강에 꼭 필요한 영양소입니다.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이 대장암의 위험을 줄인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상식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변비, 치질 그리고 다른 소화기 질환들을 예방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시금치를 규칙적으로 먹으면 섬유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로빈스 박사의 말입니다.
“성인의 경우 섬유질 섭취 권장량은 하루 30그램입니다. 시금치를 먹으면 그 권장량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100그램의 생 시금치에는 약 2.2그램의 섬유질이 들어 있고, 100그램의 조리된 시금치에는 2.4그램의 섬유질이 들어 있습니다,"
산화를 막는 황산화 물질은 세포에 해를 입히고 만성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불안정 분자인 활성산소로부터 몸을 보호해 줍니다. 시금치에는 비타민 C, 비타민 E, 베타 카로틴, 플라보노이드를 포함한 여러 가지 황산화 물질이 들어있습니다. 이러한 황산화 물질은 장내 염증을 줄여 건강한 소화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시금치는 장 내막을 튼튼하게 만드는 비타민 A와, 혈액 응고 및 뼈 건강에 필수적인 비타민 K의 훌륭한 공급원입니다. 또 녹색 이파리에는 적혈구 생산에 필요한 철분과, 건강한 신경 및 근육 기능을 유지하는 것을 돕는 마그네슘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포드맵(FODMAP)이란 소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아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악화시키는 탄수화물들을 말하는데요. 발효성(Fermentable) 올리고당(Oligosaccharides), 이당류(Disaccharides), 단당류(Monosaccharides), 폴리올(Polyols)의 줄임말입니다. 이들은 소화기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가스, 복부 팽만감, 복통, 설사, 변비와 같은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금치를 규칙적으로 먹으면 소화기 불편 증상을 줄이고 장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므로 특히 저 포드맵 식단이 필요한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나 다른 소화기 질환을가진 사람들에게 있어 시금치는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섬유질은 장 건장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소인데요. 그렇다면 섬유질이 장 건강에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첫째, 섬유질은 장 내 유익균들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 역할을 합니다. 장내 유익균들은 섬유질을 짧은 사슬의 지방산으로 분해하는데, 이것이 내장을 덮고 있는 세포에 영양분을 제공하고 건강한 장 내 환경을 유지하는 것을 돕습니다.
둘째, 섬유질은 배설물의 양을 늘려 장의 연동운동에 따라 잘 이동하기 때문에 변비를 예방해 줍니다. 이에 더하여 치질, 게실염(대장 내 염증), 염증성 장 질환과 같은 장 질환의 위험을 줄여줍니다.
소화기과 전문의 수프리야 라오 박사의 설명입니다.
"시금치에는 섬유질이 많이 들어있어 장 운동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변비와 다른 소화기 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장 내 유익균을 생장시키는 프리바이오틱 섬유를 함유하고 있어 적당한 굳기의 대변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고섬유질 채소는 만성 염증을 줄이는데 도움을 줍니다. 염증은 광범위한 소화기 질환과 원인이 됩니다. 따라서, 염증을 제거함으로써 장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것이죠."
밥상에 시금치를 올리는 것이 섬유질 섭취를 늘리고 장 건강을 증진시키는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아침에 야채 주스에 시금치를 한 움큼 더하거나 점심 샐러드나 볶음에 시금치를 넣는 식단을 생활화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장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시금치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이 녹색 이파리 채소는 장 건강에 매우 좋은 영양 만점의 식품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섬유질, 황산화 물질, 비타민, 미네랄의 좋은 공급원이고, 장에 나쁜 포드맵(FODMAP) 함량은 낮아서 소화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훌륭한 선택입니다. 시금치를 밥상에 올리는 것이 장의 건강을 유지하고 신체 전반의 건강과 웰빙을 증진하는 지름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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