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노인이지만 젊은 사람들의 기억력과 맞먹는 젊은 뇌를 가진 사람들을 '슈퍼에이저(SuperAger)'라고 부릅니다. 이 말은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 연구팀이 치매를 연구하면서 만들어낸 용어인데요. 정확한 의미는 '80세 이상의 노인이지만 인지력과 기억력은 2~30대의 젊은 사람들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인 사람'을 말합니다.
슈퍼에이저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에피소드에 대한 기억력이 특출나게 뛰어나야 하는데, 이 기억력은 매일매일 행하는 일상사와 과거의 개인적인 경험들에 대한 기억을 명료하게 떠올리는 능력을 말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다른 여러 가지 인지력 테스트에서 최소한 평균 이상의 성적을 얻어야 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 중 10%만이 이 기준을 통과했다고 합니다.
늙는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인지력의 저하를 동반합니다. 그렇지만 슈퍼에이저들은 인생의 황금기에나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낼 수 있습니다. 노스웨스턴 대학교 파이버그 의대의 신경과학자 에밀리 로갈스키(Emily Rogalski)는 이들을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이 90이 넘어도 여전히 활기차게 배우 활동을 했던 베티 화이트 같은 사람들이죠.”
로갈스키 박사는 15년 전에 ‘슈퍼에이저’라는 말을 만든 연구팀의 일원이었습니다.
연구원들이 슈퍼에이저들을 통해 배우는 것들과 치매 예방법은 인간의 노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르는 일반적인 변화들에 대처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 생활방식, 유전학적 지혜 등을 터득하게 해 줍니다.
이와 관련해 로갈스키 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노화에도 좋은 궤적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어 기쁩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좋은 노화의 궤적이란 어떤 것일까?
로갈스키 박사에 따르면 노화가 우리의 인지력에 미치는 영향에는 세 가지 주요한 궤적이 있습니다. 병적인 노화의 궤적에서는 인지력이 치매의 경우처럼 나이가 들수록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됩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미첼 클리온스키 박사는 “치매의 가장 큰 위험 요소가 다름 아닌 노화인 것이 현실”이라고 말합니다. 클리온스키 박사는 아내 에밀리 클리온스키와 함께 <치매 예방법: 머리를 써서 뇌 구하기>라는 책을 썼습니다.
미국 알츠하이머 협회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85세 이상의 미국인 3명 중 1명이 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인 알츠하이머 병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연구를 통해 치매를 일으키는 많은 위험 인자들이 생활방식의 변화만으로도 완화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2020년에 의학분야의 학술지인 란셋(Lancet)에 실린 한 보고서는 치매의 약 40%가 예방 가능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정상이거나 또는 평균적인 노화의 궤적에서 기억력 및 인지 능력은 30대 또는 40대 무렵에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기억력 테스트를 해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80세가 되면 기억력은 쇠퇴하여 50세 때의 절반 정도 수준이 됩니다. 이 정도만 돼도 총기는 좀 무뎌지긴 했지만 노인들은 여전히 일상생활을 잘해 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에서 세 번째 궤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슈퍼에이저들은 80대를 넘겼어도 적어도 50대와 60대만큼 기억력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전체 인구의 몇 퍼센트 정도가 슈퍼에이저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알려진 바는 없지만, 로갈스키 박사의 말을 빌면 상당히 드문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원들이 기억력이 좋다고 생각되는 참가자들만을 대상으로 선별해봐도 10퍼센트 미만이 그 기준을 충족시켰을 정도이니까요.
시간이 흐르면서, 연구원들은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그들의 건강을 검사하고, 뇌를 이미지화하며, 그들이 살아온 길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죽은 후에 연구에 사용될 수 있도록 뇌 기증 서약을 요청했습니다.
로갈스키 박사는 슈퍼에이저 그룹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그룹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은 ‘강한 회복탄력성’입니다. 많은 슈퍼에이저들이 극심한 가난이나, 어린나이에 가족을 잃거나, 홀로코스트 수용소에서 살아남는 등 여러 가지 고난을 이겨냈습니다.”
슈퍼에이저들은 강하고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갖는 경향이 있으며, 그 때문에 또래 친구들이 적을 때는 어느 정도 적응력이 요구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한 슈퍼에이저는 프랭크 시나트라나 프랭클린 루즈벨트에 대해 잘 모르는 딸과 손자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 슈퍼에이저는 손주들에게 자신의 관심사가 아닌 그들의 관심사에 대해 물어봅니다. ‘테일러 스위프트’나 ‘찬스 더 래퍼’와 같은 것들이죠.
로갈스키 박사에 따르면 수퍼에이저는 손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 자신과는 너무 먼 것이라거나 부담스러운 것으로 보지 않고 손주들의 관심거리를 따라 잡기 위해 노력하는 데서 기쁨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슈퍼에이저들의 두뇌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뇌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쪼그라드는데, 특히 가장 나중에 진화한 부분인 피질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기억력과 실행 능력과 관련된 뇌의 영역이 더 젊어 보이는 슈퍼에이저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뇌 앞쪽에 위치해 있으면서 주의력과 기억력을 포함한 많은 인지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 부분에 평균적인 인지력을 지니고 있는 80대나 심지어 50대들보다 더 두꺼운 피질 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슈퍼에이저들은 또한 뇌에서 기억력과 관련된 중요 부위인 '내후각피질(entorhinal cortex)'에 또래나 20~30년 젊은 사람들보다 더 크고 건강한 뉴런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슈퍼에이저들의 뇌에 ‘폰 이코노모 뉴런(Von Economo neuron, VEN)’이라는 특별한 유형의 뇌 세포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 잣는 물레에 달려 있는 방추를 닮았다 하여 ‘방추뉴런’이라는 이름이 붙은 폰 이코노모 뉴런은 사람을 비롯해 유인원, 코끼리, 고래 등 뇌가 크고 사회생활을 하는 동물한테서만 발견되는 특이한 신경세포입니다. 자기감시, 의사결정,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련된 뇌의 영역에 분포돼 있는 것으로 미루어 가장 최근에 이뤄진 진화와 관련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폰 에코노 뉴런은 슈퍼에이저의 전방 피질에서 정상적인 80세, 심지어 수십 년 더 젊은 사람들보다 4~5배 더 밀도가 높다고 합니다.
동시에, 슈퍼에이저들의 뇌에는 알츠하이머 유병 인자들을 막는 보호 기능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뇌에는 공통적으로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beta)'라 불리는 단백질의 응집 덩어리가 발견되는데, 슈퍼에이저들의 뇌에서는 이 단백질 덩어리가 훨씬 더 적기 때문입니다.
치매를 예방하고 인지 능력을 유지하는 방법
슈퍼에이저가 되는 데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생활방식을 바꿈으로써 나이가 들면서 인지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클리온스키 박사는 이렇게 강조합니다.
“치매 걱정꾼이 되지 말고 치매 예방꾼이 되어야 합니다. 치매 예방에 적극적이면 반드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당신이 치매 위험 인자들을 다루고 생활습관을 변화시키기에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제 환자들 중 치료 효과를 보는 평균 연령은 70대 중반입니다. 나이가 제일 많으신 분은 100세가 넘습니다.”
우리가 늙어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인지력 건강을 보장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모든 요소들은 서로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치매 위험을 줄이고 보호 요소를 늘린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음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만한 몇 가지 생활방식과 지침입니다.
우리가 잘 늙어가도록 슈퍼에이저들이 직접적으로 도와주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잘 늙어갈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제는 우리가 노화에 대해 새로운 기대치를 설정할 때가 됐고, 노인들을 평가 절하하기보다는 재평가할 때가 됐습니다.
우리 모두는 반드시 노인이 될테데요, 이왕이면 슈퍼에이저들처럼 ‘잘 늙은’ 노인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워싱턴포스트 기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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