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바스키(Neil Barsky)씨는 전에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로 활동했고, 지금은 '마샬 프로젝트'라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는 미국 사람입니다. 이 단체는 미국의 범죄사법시스템에 대한 뉴스를 보도합니다. 평소에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닐 바스키씨는 어느 우중충한 일요일에 가족 주치의로부터 신경쓰이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의사의 말인즉, 그의 혈당 수치가 매우 높게 나왔는데 아마도 당뇨병인 것 같다고 알려온 것입니다.
지난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바스키씨는 자신이 2형 당뇨병 전조 증상을 경험했던 것을 불현듯 깨닫습니다. 예컨대 이런 증상들입니다. 항상 목이 말랐기에 달콤한 사과 사이다를 많이 마셨던 것, 평소보다 더 자주 소변을 봤고, 소변 색이 오렌지색으로 변한 것 등입니다. 주치의는 혈액 검사를 통해 그의 당화혈색소(A1C) 수치가 11.8%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당뇨병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수치가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 알 것입니다. 정상인의 당화혈색소 수치는 4.0~5.7%이며, 5.7% 이상이면 전당뇨, 6.4%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간주됩니다. 당화혈색소란 지난 2~3개월 동안의 혈당의 평균치를 평가하는 것으로 당화된 A1c형 혈색소의 농도를 측정하여 시행하는 검사입니다. 혈중 포도당 수치가 높을 수록 더 많은 당화혈색소가 생성됩니다. 이 검사는 당뇨를 진단받은 사람에게 일정시간동안 혈당이 얼마나 잘 조절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당뇨병 진단을 받은 바스키씨는 2형 당뇨병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혈당이 높은 상태가 되면 실명, 발가락 절단, 신장 및 심장 질환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자 평소 걱정을 잘 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갑자기 자신의 수명이 줄어들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이 두려움이 그로 하여금 인간의 식습관과 영양 상태에 대해 심층 연구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바스키씨는 '마셜 프로젝트'의 창립자로서, 그동안 형사 사법 시스템 개혁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러던 그가 당뇨병 진단을 받게 되자 미국이라는 나라가 형사 사법과 인종 평등 문제가 심각한 것 이상으로 영양학 문제는 더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유행병처럼 되다시피한 당뇨병과 비만이 이미 우리가 익숙해진 깊은 고통의 원인이며, 특히 가난한 사람들과 유색 인종에게 더 많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바스키씨를 진료한 당뇨병 전문의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뇨병은 인생이 끝나는 시한부 선고가 아닙니다. 이 병은 오랜 기간에 걸쳐 차츰 나빠져 온 것인데, 적절한 약물을 쓰고, 생활 습관을 변화시키면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의사는 인슐린과 메트포르민 처방과 함께 혈당 측정 방법을 상세하게 알려주었습니다.
바스키씨는 의사에게 자신의 식단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2002년 뉴욕 타임스 매거진에 게재된 게리 토브스(Gary Taubes)의 기사 「이 모든 것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면?(What If It’s All Been a Big Fat Lie?)」을 떠올립니다. 토브스의 기사는 혈당 감소와 체중 감량을 위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식이요법과 당뇨병 분야의 움직임을 다루고 있습니다. 곧 출간될 예정인 토브스의 책 『당뇨병에 대한 생각 바꾸기(Rethinking Diabetes: What Science Reveals About Diet, Insulin and Successful Treatments)』는 당뇨병에 대한 백 년 간의 연구를 탐구하며, 많은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어떻게 잘못된 것을 주장했는지를 보여주려 합니다. 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한 토브스의 작업은 영양학 분야의 초기 비주류 견해를 대변하는 중요한 목소리를 내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2002년 게리 토브스가 처음으로 저탄수화물 식단에 대해 쓴 이후, 이러한 식단이 보다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여전히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표준 치료법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의사는 바스키씨에게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라는 조언을 하긴 했지만 그저 약한 권고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의사는 생일 파티에서 케이크 한 조각 대신 반 조각을 먹으라고 조언합니다. 바스키씨는 의사의 이러한 조언이 폐암에 걸린 흡연자에게 담배를 덜 피우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의사들은 주로 약물 치료를 처방하지, 식습관을 바꾸는 것은 그다지 강조하지 않습니다.
진료를 마치고 나오면서 바스키씨는 미국 내과 학회(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가 발행한 「당뇨병과 함께 사는 법」이라는 브로셔를 건네 받았습니다. 그 브로셔에는 탄수화물이 풍부한 음식 사진과 인슐린 사용법에 대한 지침이 담겨 있었습니다. 또한, 한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 주사를 맞은 후 얼마나 좋아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브로셔의 마지막 부분에는 놀랍게도 그 브로셔가 인슐린을 판매하는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의 지원으로 제작되었다고 나와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바스키씨는 2형 당뇨병에 대한 자료들을 두루 섭렵하며 많은 과학자들, 의사들, 환자들이 이미 2형 당뇨병은 실제로 회복 가능한 가역성 질환이며, 치료법이 의외로 간단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 간단한 치료법이라는 것은 다름아닌 탄수화물 섭취를 중단하는 것이었습니다. 당뇨병 환자들은 약물 치료 없이는 탄수화물을 안전하게 대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바스키씨는 빵, 파스타, 단 음식, 전분이 많은 음식을 모조리 끊었습니다. 피자, 베이글, 쌀밥과 같은 음식이 땡겼기 때문에 이러한 식단 변경은 쉽지 않았지만, 혈당 수치를 현저히 낮추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그의 당화혈색소 수치는 정상인 수준인 5.4%로 떨어졌고, 당뇨병은 치유됐습니다. 당뇨병 진단을 받은 지 3개월 만의 일이었습니다. 몸무게도 9kg 빠졌습니다.
한편으로, 바스키씨는 미국 당뇨병 협회가 추천하는 약물 치료를 받으며 의사와 긴밀히 상담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약물보다 더 효과적인 저렴하고 상식적인 방법을 스스로 추구했습니다. 의사는 그의 혈당 수치를 보고 모든 약물 치료를 중단했지만, 그가 당화혈색소 수치를 어떻게 그렇게 크게 낮출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해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의사는 미국 당뇨병 협회의 지침을 충실히 따르려고 노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바스키씨는 미국에서 과학 연구에 수십억 달러가 투자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만과 당뇨병의 원인과 이를 예방하기 위한 식단에 대한 합의가 부족하다고 주장합니다. 당뇨병과 비만은 비용이 많이 드는 치명적인 질병이며, 당뇨병은 미국에서 사망 원인 중 여섯 번째로 높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당뇨병은 심장병, 신장 질환, 알츠하이머, 뇌졸중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정확한 사망률을 파악하기도 어렵습니다.
바스키씨는 당뇨병이 회복 가능한 가역성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만 매년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 질병으로 사망한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하지 못합니다. 당뇨병은 사실 제약 및 의료업계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주는 수지맞는 비즈니스입니다. 당뇨병 치료에는 미국에서만 2017년에 약 2,370억 달러가 지출되었으며, 비만은 또 다른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발생시킵니다. 비만으로 인한 사망률은 매년 거의 5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에서 소개한 토브스는 당분이 많은 식품을 즉시 금지해야 한다거나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으며, 제약이나 식품 산업, 의료 전문가를 비난하지도 않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탄수화물을 주로 지방으로 대체하는 것이 비만과 당뇨병 치료에 유익하다는 중요한 증거가 있다고 합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200개 가까운 임상 시험이 진행되었지만, 이러한 시험들은 의학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규모나 기간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정부가 지원하는 대규모 영양학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우리가 왜 비만해지는지, 그리고 당뇨병 환자를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그 치료법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토브스는 현재의 과학적 합의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론짓습니다.
바스키씨는 당뇨병 협회가 제약 산업으로부터 자금을 받고 약물 치료에 치우친 것, 아이들에게 설탕이 많이 든 시리얼과 음료를 마케팅하는 것에 분노합니다. 또한, 당뇨병으로 매년 10만 명 이상이 사망한다는 사실에 경악합니다. 또 설탕이 중독성이나 독성이 있는지, 또는 미국인의 42%가 비만인 이유를 규명하기 위한 영양학 연구에 대한 저항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그리고 비만인들이 비난을 받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말합니다. 비만은 대사, 빈곤, 나쁜 식단, 부적절한 의학적 조언의 결과라는 증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바스키씨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비만과 당뇨병이 유행병처럼 돼 버린 것은 국가의 총체적 실패입니다. 우리 사회가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빠르면 빠를수록 문제 해결의 시작도 그만큼 빨라지게 될 것입니다.”
* 이글은 권위 있는 영국의 유명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에 게재된 기사를 한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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