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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과학 "잠 안 올 때 시계를 보는 것은 수면제를 부르는 행동"

건강 (Health)

by K 웰니스 2023. 5. 1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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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반측(輾轉反側).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한다'는 뜻으로, 걱정거리로 마음이 괴로워 잠을 이루지 못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공자가 엮은 <시경(詩經)>에 나오는 한 시구로, 성인으로 이름높은 주 문왕(周 文王)과 그의 아내 태사를 높이 칭송한 것이라 하는데요. 강기슭에서 울고 있는 저구(雎鳩)라는 물새를 아름다운 숙녀에 비유하여 노래하고 있습니다.

"들쭉날쭉한 마름 풀을 이리저리 헤치면서 요조숙녀를 자나깨나 찾는도다. 이를 구하여 얻을 수 없어 늘 마음에 그리고 생각한다. 오래고 오랜지라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는도다."

아름다운 이성을 그리워하여 잠 못 드는 것도 괴로운 일이지만, 딱히 이유를 찾을 수 없는데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날밤을 새는 것은 정말 괴롭기 짝이 없는 병증입니다. 바로 불면증이죠.

병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회사로 출근해야 하는데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아 조급해하며 몸을 뒤척인 적이 있을 겁니다. 특히 다음날 일정이 평소보다 중요할 때 그런 적이 더 많았을 텐데요. 눈이 말똥말똥한 채로 시간이 흐르면 마음이 급해져 시계를 자꾸 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더 잠이 오지 않아 결국 밤잠을 설치고 난 뒤, 다음날 풀지 못한 피로 때문에 하루를 힘들게 보낸 일 말이죠. 그래서 몇 번 이런 일을 겪고 나면 잠이 잘 안 올 때 시계를 보는 것이 되레 잠을 쫓아버린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됩니다. 그런데 과학적인 임상 실험에서도 이것이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한 수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잠이 잘 안 올 때 잠들려고 애쓰면서 시계를 보는 것은 불면증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수면제에 더 의존하게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수면 클리닉에서 약 5,000명의 환자를 조사한 이 연구는 시간을 체크하는 행동이 수면에 드는 것을 방해하고 그러면 잠을 못 잘까봐 걱정하게 되는 악순환을 유발하여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점점 더 잠들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밝혀낸 것인데요. 그런 악순환에 걸리면 잠을 자야 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수면제를 복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죠. 시간에 집착하지 않고 시계를 보는 행동을 피하는 단순한 방법이 불면증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미국 인디애나대 심리학·뇌과학과 스펜서 도슨(Spencer Dawson) 교수가 이끈 이 연구는 수면 클리닉에서 수면 치료를 받으려는 약 5,00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성인의 4%~22%가 불면증과 관련한 문제를 안고 있는데, 이는 심혈관 질환, 당뇨병, 우울증과 같은 장기적인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미국 인디애나대 심리학/뇌과학과 스펜서 도슨 교수

 
연구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겪고 있는 불면증의 정도, 수면제 사용 여부와 사용량, 정신 질환 여부, 잠들기를 시도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는 시간 등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각각의 요인들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매개분석(mediation analysis)'을 실시했습니다. 매개분석이란 하나의 요인이 다른 요인에 영향을 미칠 때 중간에 어떤 것이 개입해서 그런 결과가 오는지 알아내는 방법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연구자가 운동이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과 그 영향을 전달하는 중간 과정을 알고 싶어합니다. 이때, 운동의 영향을 우울증 증상 감소로 보고자 하며, 자존감을 중간 매개 변수로 선택합니다. 매개분석을 통해 연구자는 자존감이 운동과 우울증 간의 인과적 관계를 설명하는 중간 매개 과정으로 작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매개분석은 운동이 자존감을 높이고, 강화된 자존감이 우울증 증상을 감소시킴으로써 운동이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과정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도슨 교수는 시간을 체크하는 행동과 수면제 복용 사이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시간을 체크하는 행동은 주로 불면증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수면 약물 사용에 영향을 미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다시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일어나야 하는 시간을 예상하기 시작합니다. 그런 활동은 수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스트레스가 커질수록 잠들기 어려지기 때문입니다."

 
잠들기 틀렸다는 좌절감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수면을 통제하기 위해 수면제를 사용하는 경향이 높아집니다.
 

잠들기 어렵다는 좌절감이 커지면 수면제 사용 경향이 높아진다.

 
이 연구 결과는 중추신경계 전문 의학저널인 ‘중추신경계 질환의 일차 치료 동반자(The Primary Care Companion for CNS Disorders)’에 발표되었습니다. 공동 저자로는 메르서 대학교 의과대 배리 크락코우(Barry Krakow) 정신의학 및 행동건강학 교수, 애리조나대 패트리시아 헤인즈(Patricia Haynes) 보건학 부교수, 브라운대 의대 달린 로조 위싸르(Darlynn Rojo-Wissar) 박사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도슨 교수는 이번 연구가 간단한 행동 교정만으로도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그는 환자를 처음 만날 때마다 모든 환자에게 이렇게 조언합니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시계가 보이지 않게 가리거나 스마트 워치, 스마트 폰 같은 것을 멀리 둬서 시간 확인을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시계 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요.“

 
수면 분야에서 15년의 연구와 임상 경험을 가진 도슨 교수는 개인의 수면 경험과 뇌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을 비교하는 것에 특히 관심이 많습니다. 그는 심리학·뇌과학 학과의 임상 과학 프로그램을 통해 박사과정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의 제목은 「불면증과 수면제 사용에 관하여: 시간을 체크하는 행위가 불면증에 미치는 영향(Use of Sleep Aids in Insomnia: The Role of Time Monitoring Behavior)」이며 ‘중추신경계 질환의 일차 치료 동반자’ 저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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