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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어르신들이 많은 장수 마을 '블루존'에는 어떤 비밀이?

다이어트 & 웰빙 (Diet & Wellbeing)

by K 웰니스 2023. 5. 3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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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대한민국에서 태어나는 아기들의 평균 기대수명은 83.6세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100세를 넘긴 어르신들은 8천명이 넘습니다. 2022년 8월 기준으로 8천469명이었으니까요.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도 평균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나이가 83세 남짓한데 무려 100년전에 태어난 분들이 100세를 넘기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무엇이 다르기 때문일까요?
 

남자라서 기대수명이 80.6세 밖에 안되지만 2104년 넘어 살 것으로 추정되는 2023년생 주한이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전세계를 다니며 연구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오지 탐험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댄 뷰트너(Dan Buettner) 박사입니다. 그는 장수마을을 뜻하는 블루존(blue zone)에 대한 연구를 통해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의 공통적인 특성이 무엇인지 밝혀보려고 전 세계를 두루 다니며 살펴봤던 것이죠.
 
블루존이란 지역 주민들의 평균 수명이 높으면서, 고령의 나이에도 건강한 삶을 누리는 지역을 의미합니다.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발견된 블루존은 그리스 이카리아(Ikaria), 일본 오키나와, 이탈리아 사르데냐(Sardinia), 코스타리카 니코야(Nicoya), 미국 로마린다(Loma Linda) 등 5곳입니다.
 

 
이런 ‘블루존’이니 우리말로 ‘불로촌(不老村)’이라 이름하면 훨씬 와 닿을 듯 합니다. 사실 영어의 ‘블루(blue)’는 감성적으로 좋은 단어는 아닙니다. ‘우울하다’는 의미가 짙게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우울함이 얼마나 우리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지는 이 글 뒷부분에도 잘 나옵니다.  Midnight blue(삼경의 고독)이라는 팝송의 노랫말도 ‘블루’가  멜랑꼴리한 단어라는 걸 잘 보여줍니다. Midnight blue So lonely without you~ (삼경이 되면 밀려오는 고독, 당신 없인 너무 외로워요.) 그런데 왜 이 연구자들은 장수마을을 ‘블루존’이라고 했을까요? 아무래도 ‘불로촌’을 소리나는 대로 영어로 받아적은 듯 싶습니다만.
 
아무튼 댄 뷰트너 박사의 연구 결과는 그의 저서 『블루존, 장수하는 사람들이 주는 교훈(The Blue Zones Lessons for Living Longer from the People Who've Lived the Longest)』에 잘 나와 있습니다.
 
핵심이 담긴 구절 몇 줄 인용해 볼까요?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삶은 우연히 얻어지지 않습니다. 시작은 좋은 유전자이지만 좋은 습관도 한 몫합니다.”

 

“현명한 식생활은 더 큰 행복감을 느끼며 무병장수하는 삶을 살도록 해 줍니다.”

 

“블루존 사람들은 너무 많은 스트레스로 삶이 피폐해지지 않도록 많은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느긋하게 생활하기, 즐겁게 살기, 웃으며 살기 같은 삶의 지혜들입니다. 이런 삶은 코르테솔 분비를 억제합니다. 코르테솔은 스트레스에 반응해서 분비되는 물질로 과다 분비 시 혈당치를 높이고 뼈 형성을 줄이며 비만 같은 질병을 유발합니다.”

 

댄 뷰트너 박사의 저서 블루존

 
 
뷰트너 박사가 찾는 5대 블루존은 어떤 곳일까요?
 

  • 그리스 이카리아는 에게해에 위치한 섬으로, 세계적으로 중년 사망률이 가장 낮고 치매 발생률도 가장 낮습니다.
  • 일본 오키나와는 전 세계에서 장수하는 70세 이상의 여성들이 가장 많이 삽니다.
  • 이탈리아 사르데냐는 내륙 산악 고원 지역으로 세계에서 100세 이상 사는 남자들이 가장 많습니다.
  • 코스타리카 니코야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중년 사망률을 가지고 있고, 100세 이상 사는 남들이 두 번째로 많습니다.
  • 미국 로마린다는 북미 지역에서 평균 10년 더 오래 사는 제7일안식교 신자들이 가장 많이 삽니다.

 
뷰트너 박사는 의사, 인류학자, 인구학자, 질병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을 이끌며 5대 블루존 사람들을 깊이 연구한 끝에 9가지 장수 비결을 찾아냈다고 하죠.
 

1. 일상이 곧 운동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사람들은 마라톤을 한다거나 헬스장에 가지 않습니다. 그 대신 일상이 곧 운동이 되는 환경 속에서 삽니다.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몸소 정원을 가꾸고 집안일 하는 것이 곧 운동인 셈입니다.
 

2. 보람 있는 삶

오키나와 사람들이 "이키가이(いきがい)"라고 부르고, 니코야 사람들은 "플란 데 비다(plan de vida)"라고 부르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하자면 “사는 보람” 정도 될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어도 책임감을 느끼며 하루하루 사는 의미를 찾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보람 있는 삶 즉, 목적이 있는 삶을 사는 것이 평균 수명을 최대 7년까지 연장해 준다고 합니다.
 

보람찬 삶을 사는 오끼나와 할머니들

 

3. 스트레스를 푸는 느긋한 삶

블루존 사람들도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 것은 아닙니다. 스트레스는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주요 질병의 원인이 됩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블루존 사람들은 일상생활 가운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매일 조상을 기리는 시간을 갖습니다. 제7일안식교 사람들은 기도를 드립니다. 이카리아 사람들은 낮잠을 잡니다. 사르데냐 사람들은 편안한 시간을 보냅니다.
 

4. 식사는 80%만 하는 복팔분(腹八分) 습관

오키나와에서 자주 사용되는 속담에 ‘복팔분(腹八分)의 습관을 지키면 의사가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배가 80% 정도 차면 식사를 그치라는 교훈입니다. 배고프지 않은 상태(80%)와 배부른 상태(100%) 사이의 20% 차이는 체중 조절의 경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블루존 사람들은 오후 늦게나 이른 저녁에 적은 양의 저녁 식사를 하고, 그 이후에는 음식을 먹지 않습니다.
 

5. 채식 위주의 식단

블루존 사람들은 검은 콩, 대두, 렌틸콩 같은 콩류를 많이 먹습니다. 육류는 주로 돼지고기를 먹는데, 한 달에 평균 5회 정도 먹습니다. 먹는 양은 한 사람당 한 번에 100g 정도입니다.
 

 

6. 적당량의 와인 마시기

종교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 제7일안식교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블루존 사람들은 술을 정기적으로 적당량 마십니다. 원래 적당한 양의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보다 오래 삽니다. 술을 마시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하루에 와인 한 두 잔을 음식이나 친구와 함께 마시는 것입니다. 1주일 안 마시고 모았다가 한꺼번에 14잔 마시는 건 절대 금물인 거 아시죠?
 

7.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

연구팀이 조사한 100세 이상의 어르신 263명 중 5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종교 모임에 소속돼 있었습니다. 종교의 종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달에 4번 종교 행사에 참석하면 기대 수명이 4년 내지 14년 늘어납니다.
 

8. 가족 중심의 삶

100세 이상 장수하는 어르신들은 무엇보다 가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말은 나이 드신 부모와 조부모와 가까이 살거나 한 집에서 살면서 돌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가정에서는 자녀들의 질병과 사망률도 낮아진다고 합니다. 그들은 배우자에 충실하고(배우자에 충실하면 기대수명 3년 증가), 자녀들에게 사랑으로 헌신합니다. 자녀들에 대한 헌신은 곧 투자입니다. 때가 되면 그들이 부모를 돌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르데냐 사람들

 

9. 끈끈한 평생 친구 모임

100세이상 장수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모임을 통해 끈끈한 인간관계를 맺습니다. 그리고 그 관계가 건강에 큰 도움을 줍니다. 예를 들면, 오키나와 사람들은 5명 이상이 친구 관계를 맺어 죽을 때까지 사회적·경제적 도움을 주고받습니다. 이를 ‘모아이’라고 하는데, 모아이는 계모임 비슷한 것으로 매우 끈끈한 사회관계망이자 일종의 운명 공동체입니다. ‘프라밍햄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흡연, 비만, 행복, 심지어 외로움도 전염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장수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네트워크는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프라밍햄은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도시입니다. 이 도시의 주민들은 1948년부터 심장 질환의 확산을 연구하기 위한 정기적인 건강 검진에 참여해왔습니다. 그런 다음 확장된 연구를 통해 비만, 흡연, 행복, 외로움까지 장기간 추적하였습니다. 그결과 이 모든 것이 전염성 질환처럼 퍼진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특히 외로움의 경우 단순한 감정 이상의 경과를 초래합니다. 동물실험을 통한 연구들은 외로움이 과일파리의 수명을 줄이고, 쥐에게 당뇨병 발병 가능성을 높이며, 심혈관 질환, 비만, 면역 체계 약화를 가져옵니다.

오키나와가 최근에는 블루존의 지위를 잃었다는 기사가 자주 등장합니다. 1990년대부터 일본에서 평균수명 순위가 내려앉기 시작해 지금은 36위가 되고 말았습니다. 블루존이 된 주된 이유였던, ‘가장 장수하는 70세 이상의 여성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여성의 평균 수명 순위도 일본 내에서 7위로 미끄러졌습니다. 도대체 오키나와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주범은 바로 식생활의 변화였습니다. 이와 관련한 조선일보 최근 기사입니다.
 

“미군의 장기 주둔과 서구식 식생활 문화 영향 등으로 전통 생활 방식이 바뀌기 시작한 것입니다. 맥도날드나 KFC 같은 패스트푸드점이 급속히 늘어났습니다. 2017년 인구 10만명당 패스트푸드 점포 수는 오키나와가 일본서 도쿄 다음으로 2위였습니다. 스팸 같은 통조림 고기 섭취도 늘었습니다. 자동차 보급이 늘면서 운동 부족이 뒤따랐습니다. 그러자 2011년 남성 비만율이 42.1%에 이르러 일본 내 최고가 됐습니다. 여성 비만율도 34.7%로, 전국 평균의 1.7배가 됐습니다. 이는 당뇨병 확산을 불렀습니다. 채소와 해조류, 덜 정제된 쌀을 먹던 1970년대 오키나와인 당뇨병 사망률은 전국 최저 47위였지만 지금은 일본 평균보다 높습니다.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모아이와 이키가이도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오키나와의 추락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언제고 다시 블루존의 지위를 되찾길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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