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19세 이상의 성인이 하루 평균 앉아서 보내는 시간은 8.6시간이며, 이는 매년 증가 추세라고 합니다. 이렇게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 다양한 질병에 노출될 수 있는데요. 특히 앉은 자세는 혈관을 압박해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혈관기능을 떨어트려 혈전이 생길 위험을 높입니다.
비행기의 이코노미 좌석에 끼어 앉아 꼼짝없이 장거리 여행을 하는 경우에도 혈전이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긴 겨울 동안 좁은 굴 속에서 동면을 하는 곰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요? 과학자들이 연구 끝에 그 이유를 알아냈다고 합니다.
지난 4월 14일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겨우내 겨울잠을 자는 곰들은 혈전을 만드는 핵심 단백질의 수치가 낮다는 것입니다. 이 단백질 수치가 낮은 혈소판은 서로 잘 엉겨붙지 않기 때문에 곰이 겨울잠을 자는 동안에도 혈전이 생길 위험이 거의 없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핵심 단백질 수치가 낮은 것은 곰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장기간 이동을 할 때 주로 앉아 있어야 하는 쥐, 돼지 같은 동물은 물론이고 사람에게도 이런 보호 기능이 있다는 것입니다.
미네소타 대학교 컴퓨터 생물학자인 티넨 일스 교수는, 이 연구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번 연구를 가리켜 "큰 진전"을 이뤘다고 격찬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연구가, 야생 생물학자부터 건강 관리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배경의 연구자들이 모여, 어떻게 동물들이 움직이지 않을 때 발생하는 혈액 응고를 막도록 적응했는지 그 메커니즘을 밝혀냈기 때문입니다. 그 덕분에 이제 연구원들은 자연이 만들어낸 솔루션을 모방하는 약을 개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온도나 여러 형태의 스트레스가 갑자기 증가하였을 때 세포에서 일시적으로 합성되는 ‘열충격 단백질’ 가운데 하나인 HSP47 단백질은 일반적으로 뼈와 연골과 같은 결합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에서 발견됩니다. 이 단백질은 또한 혈소판에서도 발견되는데요. 혈소판이 서로 엉키도록 만드는 단백질인 콜라겐에 붙습니다. 이런 메카니즘은 상처로 인해 출혈이 생기는 경우 지혈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렇지만 이 혈소판 덩어리가 폐로 가는 혈액 흐름을 막는다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런 위험을 막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HSP47 단백질이 혈전을 일으키는 단백질이나 면역 세포와 상호 작용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신약 개발은 바로 이런 기능을 하는 약물을 만드는 데 목표를 두게 되는 것이죠.
비행기를 타는 경우처럼 장시간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게 되면 드물지만 다리에 위험한 혈전인 심부정맥혈전증(deep venous thrombosis)이 생길 수 있습니다.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으면 염증과 느려진 피 흐름이 혈전을 형성하기 더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겨울잠을 자는 곰들은 활동적인 때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으로 심장박동수를 유지하며 휴면 상태로 몇 달을 보냅니다. 그런데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면 중에 정맥의 혈전이 발생해 죽는 경우는 없습니다. 게다가 척추 부상을 입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장기간 움직이지 않아도 정상적인 사람들보다 혈전이 더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왜 움직이지 않는 곰들과 몇몇 사람들이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혈전으로부터 보호되는지는 불분명했습니다.
연구를 진행한 뮌헨 대학병원의 심장 전문의인 토비아스 페졸드(Tobias Petzold) 박사와 동료들은 겨울과 여름에 13마리의 야생 불곰의 혈액 샘플을 분석했습니다. 동면 중에 채취한 혈액 샘플의 혈소판은 여름 샘플보다 더 적게 뭉쳐졌고, 혈액이 응고되더라도 그 속도가 훨씬 느렸습니다. 이러한 계절적 차이는 혈소판에 들어 있는 HSP47 단백질에서만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겨울잠을 자는 곰에서 나타난 단백질의 수치는 활동적인 동물에서 발견된 양의 약 50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동면하는 동안 HSP47 단백질의 수치가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에 혈전이 발생할 위험이 없는 것이죠.
혈전 발생에 HSP47의 수치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쥐 실험을 해 봤습니다. HSP47 단백질 수치가 낮은 쥐들은 다른 쥐들에 비해 염증이 적고 혈액 응고도 덜 발행했습니다. 또 새끼를 출산한 돼지들을 젖을 먹이는 28일 동안 거의 움직이지 못하게 했더니 활동적인 돼지들에 비해 HSP47 수치가 더 낮았습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사람들에게도 나타납니다. 척수 손상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은 HSP47의 수치가 낮았고, 염증과 관련된 혈전 형성의 징후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27일간 침대에서 누워 있으면서 움직이지 않는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습니다. HSP47 수치가 떨어진 것이죠.
종합해 보면, 대부분의 동물들은 상처가 났을 때 피를 응고 시켜 혈액 손실을 막는데, 이때 대체로 비슷한 단백질과 세포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혈액이 응고되기 전에 일어나는 과정은 종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몸이 어떻게 HSP47 단백질을 조절하는 지 이해하는 것이 이와 관련한 신약 개발의 핵심 과제이며, 그러면서 혈전을 예방하는 것과 너무 많은 출혈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아내야 합니다.
페졸드 박사는 ‘어떻게 하면 움직임이 없는 신체가 HSP47 단백질을 덜 생성하도록 만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후속 연구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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